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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한국은 왜 투명하지 못한 사회가 됐나 - 이연호 원장 (2014072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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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28 00:00:00

[매경의 창] 한국은 왜 투명하지 못한 사회가 됐나

 기사입력 2014.07.24 17:32:25 | 최종수정 2014.07.24 21:07:13


독일의 월드컵 우승을 보면서 단순히 축구팀의 성공이 아니라 한 나라의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독일 사회의 투명성과 신뢰가 그 해답일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팀 선수가 7명이나 포함돼 있었고 메주트 외칠, 제롬 보아텡, 사미 케디라 등 이민자의 피가 흐르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홍명보 한국대표팀 감독이 의리를 기초로 팀을 짰다 해 비판을 받았지만, 독일팀에서는 그러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물론 독일팀도 졸전을 했다면 상황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했던 것만큼 좋았다.

독일은 현재 높은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경제의 핵심이 됐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경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선 투명하고 신뢰가 쌓여 있는 사회가 정치ㆍ사회적 비용을 절약해 산업에 투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작년도 발표된 국가별 부패지수를 살펴보면 독일은 180개 국가 중 12번째를 차지해 우리나라(46위)나 일본(18위)보다 높은 투명도를 자랑한다. 게다가 전국적 규모로 조직화한 노동, 자본조직을 바탕으로 이익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규모 이익집단들이 자신들만의 편협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빈번하게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개연성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노조 대표가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였다. 노동자들 역시 합리성으로 무장돼 파업을 하고도 격려금을 요구하는 식의 비합리적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투명성과 신뢰가 밑받침이 되다 보니 요아힘 뢰브 감독이 특정 프로팀을 중심으로 국가대표팀을 조직해도 사적인 의리보다는 우승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다는 신뢰를 국민에게서 받았던 것이다.

그럼 우리가 독일 모델을 바로 도입할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에 매진함으로써 정치ㆍ사회적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지금부터라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시민사회나 민간 부문은 어리석고, 정부는 정의롭고 옳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정부 주도적인 시스템은 이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관피아` 문제도 바로 투명성 문제가 핵심이다.

그런데 관피아가 물러나니 정치인이 몰려온다는 소리가 들린다. 정치인이 관피아가 차지했던 자리를 접수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하긴 정치인들이 온갖 이권 다툼에 휘말려 있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안타깝게도 국가를 운영하는 관료 그리고 정치인 모두 투명성을 상실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정당성을 박탈당했다. 투명성이야말로 21세기의 대한민국이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통과되기가 그토록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정치인들이 한때 포기하겠다던 특권들을 다시 주섬주섬 챙기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탁한 정도가 정말 심각한가 보다 하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지 못할까 걱정할 것이 아니라 탁한 물에 썩을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구정물 속에서 자신을 드러나게 하려다 보니 우리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바쁘고 친목비 자금을 모으기 바쁘고 허례허식에 도취하기 바쁘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몇 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만 쥐어짠다고 해서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정치ㆍ사회적 비용이 지금처럼 팽창하다가는 우리나라는 정말 망할지 모르겠다. 이제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정치권이 이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든 기업이든 노조든 시민단체든 투명성 배가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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