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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대학평가의 핵심은 교육이다 - 이연호 원장 (20141002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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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06 00:00:00

[매경의 창] 대학평가의 핵심은 교육이다

기사입력 2014.10.02 17:15:54 | 최종수정 2014.10.02 17:24:48


매번 언론이 세계 또는 국내 유명 대학 평가 순위를 발표할 때마다 교수나 학생 모두 당혹스럽다. 물론 그간 긍정적인 변화가 없지는 않았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대학 간 경쟁이 벌어지는 계기가 됐고 그만큼 연구 열기가 뜨거워진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광고주의 영향력으로부터 취약할 수밖에 없는 비학술기관인 언론사가 대학을 매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이제 진지하게 논의해볼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학평가사업이 진행된 이후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이 진행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대학 총학생회들이 반발했듯이 개별 언론사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평가에 의해 교수와 학생 심지어 동문까지 졸지에 이류, 삼류로 전락하는 부작용은 문제의 일면에 불과하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학문 전 분야에서 그러하지만, 특히 사회과학 분야의 선진국 종속성이 심해지고 있다. 연구 능력의 평가 잣대로 해외 유명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빈도, 그리고 그 논문이 인용된 횟수를 대거 반영하다 보니 교수들이 가급적 영문 논문을 작성하도록 독려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해외 유명 저널에 논문을 싣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사보다는 외국 학계의 관심사와 시각에 초점을 맞추는 게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비를 들여 한국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해외 학자들 구미에 맞게 가공해야 논문 게재 확률이 높아진다. 해외 유명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할 때부터 이러한 상황에 잘 적응해야 장학금도 받을 수 있고 학위도 받을 수 있으며 취직도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적 사회과학은 점점 더 위축되고 우리 학계는 선진국, 특히 미국 학계의 생산 공정에 편입된 중소기업 같은 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담론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고 있는 작금의 현상이, 그리고 연구 증진이라는 이유로 교수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다소 등한시하게 되는 이유가 언론의 대학평가사업과 관계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버리기 어렵다. 국내보다는 해외 저널에 논문을 많이 쓰는 것이 교수가 할 일 중 최고의 우선순위를 차지한 지 이미 오래다. 연구비 인센티브가 교육 인센티브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또 대학 당국은 국제화 평가 배점이 높다는 점을 의식해 장학금을 주며 외국 학생을 유치하고, 거액을 들여 유명 외국 교수를 단기간이나마 초빙하려고 열을 올린다. 게다가 광고를 싣느라 많은 홍보 비용도 지출한다.

결국 교육 소비자이고 재정 부담자인 국내 학생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 연구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연구 중심과 국제화라는 허울에 치여 교육으로부터 방치될까 걱정이다. 그러나 평가지상주의로 마냥 몰려가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은 이 두 가지 사업에 자금 지출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반값등록금은 어불성설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전인적 인격을 함양하는 교육과 고급 인력을 배출하는 지식 교육이 심화돼야 한다. 또 사회 발전을 위해 교수들의 정직하고 객관적인 분석과 대안 제시가 전개돼야 한다. 그러나 교수들은 직업적으로 학술지에 글을 쓰고 대학은 학생과 학부모들보다 평가기관을 의식하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대학 평가는 자칫 1%의 상위권 대학을 위해 나머지 대학을 희생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대한민국에 진정한 이익이 돌아오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평가를 집행하는 상업 언론보다는 교육과 연구의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대학 평가의 혁신적 대안이 필요하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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