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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그들이 장관직을 떠나는 이유 - 이연호 원장 (20151126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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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7 00:00:00

[매경의 창] 그들이 장관직을 떠나는 이유

기사입력 2015.11.26 17:08:41 | 최종수정 2015.11.26 17:10:54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장관들이 줄줄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 장관직 수명은 짧은 편이다. 정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13개월 정도 된다고 한다. 일본도 우리와 유사하게 1년 정도다. 반면 미국은 평균 3년 정도이고 서유럽은 4~5년 정도, 심지어 6년이 넘는 나라도 있다. 현직 의원이 장관을 겸한 경우만 장관직 임기가 짧은 것은 아니다. 다소 예외가 있지만 관료 출신 또는 학자 출신이 장관이 돼도 임기가 짧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의원직 장관들이 앞다퉈 자리를 떠나는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권력구조에 있다.

장관은 대통령, 국회 그리고 정부 관료 등 소위 3대 정치 권력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이자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을 집행하는 대리인이다. 장관을 임용하기 위해 청문회를 하느라 야단법석을 떨지만 사실상 독립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장관의 인사권은 매우 제한적이다. 법률에는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고 하고 있지만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에 대한 인사는 실질적으로 청와대 의중에 반해 시행하기 어렵다. 장관이 자신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자를 자의적으로 고위직에 임용할 가능성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볼 때 우리의 장관이 대통령과 내각을 구성해 동지적으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역할은 아니다. 그래서 대통령 앞에서 그들이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이 고단하고 힘든 장관 자리를 해보고 싶어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다면 장관직이 국회의원 자리보다 좋아서인가? 아니다. 우리나라 장관은 갑이기보다는 을이다. 대통령에게도, 국회에도 을이고 전문지식이 약한 경우에는 부서 내 전문 관료들에게도 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은 국회의원으로서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장관이 되고 싶어한다. 이력서에 장관직 경력이 적혀 정치감각과 행정감각이 균형 잡힌 인물로 보이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명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300명 국회의원 중 유권자 뇌리에 입력되는 의원 숫자는 한정돼 있다. 다 알다시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국회의원들은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장관,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국가의 중요한 자리를 두루 해본 어느 인사에게 물었다. 어떤 자리가 제일 좋으셨냐고. 그분의 답은 국회의원이었다. 그렇다. 의원 자리가 장관 자리보다 좋기 때문에 장관직을 떠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책임은 약하고 권한은 강하다. 법을 만들 수 있기에 법을 어길 수 있는 특권(?)마저 있다. 그런데 더 좋은 것은 그들이 누리는 의전이라는 달콤한 혜택이다. 멀쩡하던 사람도 국정감사 한번 해보고, 해외순방 한번 해보면 사람이 안 변할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나서 가장 두려운 것이 정부와 기업이 알아서 제공하는 의전에 대한 상실감이라고 한다. 의전이야말로 대한민국 국회 문화의 핵심이다.

제6공화국 헌법은 입법부로 하여금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국감과 조사권이 그 예다. 그러나 여전히 행정부를 감독하는 감사원만큼은 국회에 주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정치학자들은 국회의 행정부 견제력이 강화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발전에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감사원의 입법부 귀속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왜 그럴까. 국회의원들 행태에 대한 신뢰가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입법부로 이전돼 상시 감사 체제로 전환됐을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이 가기 때문이다. 시민에 대한 봉사와 책임이라는 본질보다 비본질적 허세가 중시된다면 우리의 대의민주주의는 완성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성숙은 단순한 제도적 개혁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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