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of East and West Studies • Yonsei University

언론소식

[매경의 창] 국가가 먼저 국민앞에 투명해져야 - 이연호원장 (20140313 매일경제)
  • 관리자
  • |
  • 2511
  • |
  • 2014-03-18 00:00:00

 [매경의 창]  국가가 먼저 국민앞에 투명해져야

기사입력 2014.03.13 17:28:41        


2000년대 초반 복지국가 연구를 위해 스웨덴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북구식 복지모델을 연구하며 두 가지 인상 깊은 교훈을 얻었다. 하나는 스웨덴식 사회복지 모델의 기본 철학이 공동체주의보다는 개인주의라는 것이었다. 여자와 사회적 약자들이 남성과 차별 없이 노동에 임할 수 있도록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북구식 모델의 핵심이었다. 누가 누구를 책임져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조(自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시민 개개인은 정직한 존재여야 하며 상호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네들의 생각이었다. 다른 하나는 시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점이었다. 정부는 시민들로부터 공정하게 세금을 거두고 이를 투명하게 집행할 것이라는 신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의회 역시 시민들의 대리인으로서 정부가 세금을 정직하게 사용하는지 감시해 줄 것이라는 신뢰를 받고 있었다. 요컨대 북구식 모델의 성공 비결은 신뢰와 투명성이었다.

북유럽 국가의 사례를 두고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적 갈등이 많은 이유도 근본적으로 신뢰와 투명성의 결여 때문이다. 개인 간의 문제도 문제이지만 국민이 국가를 믿지 못하는 것이 더 심각한 걱정거리이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해 부동산 규제의 대못을 뽑았다고 하던 정부가 두 달 만에 전ㆍ월세 수입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임대차제도를 선진화하고 공평과세를 하겠다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시민들은 난감함을 감출 수 없다. 도시형 생활 주택과 바닥 난방이 되는 오피스텔을 대량 공급해서 급등하는 아파트 전셋값을 잡겠다고 한 게 바로 같은 당의 전임정부 아니었던가. 이뿐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전임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2년 현재 공공부문 부채가 약 821조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 일 후 한 민간연구기관이 금융공기업의 채무까지 포함하면 공공부문의 총 부채는 1200조원을 상회한다는 반박성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은 그저 당황할 뿐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대리인을 국회에 보내 정부를 견제하고 시민의 이익을 보호해 주길 바랐으나 이들은 자신과 당의 이익만 챙기고 민생을 돌보는 일은 뒷전이다. 그야말로 대리인의 일탈 현상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참 가여운 존재이다. 산업화 시기에는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했지만 이제 그들에게 다가올 미래는 정부도 책임져 주지 못하는 불안한 노후일 뿐이다. 세상 어느 나라보다도 열심히 일하며 묵묵히 국가의 지시에 순응했고 경제성장을 위해 국산품 하나라도 더 사 주겠다는 애국심을 품고 살았다. 대부분 유리지갑인 중산층들은 정직하게 세금도 냈다. 그런데 앞으로 세금은 더 내야 하고 더 고약한 것은 정부도 국회도 세금이 어떻게 지출됐는지 시민들에게 속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세금을 낸 만큼 자신들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구심만 쌓여 간다.

과거나 현재나 우리 국가는 국민을 좀처럼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민간부문의 불투명함과 시장의 실패에서 찾는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만이 가장 깨끗하고 현명하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반대이다. 공공이라는 위선의 장막 뒤에서 국가는 어리석게도 자신의 모순을 숨기려 할 뿐이다. 무엇이 진정한 문제인지는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국민이 국가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국민의 세금을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성심껏 보여주면 된다. 국가가 본을 보여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민간부문을 규제하기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현 정부가 시작해 주기 바란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396794

 

이전글 [매경의 창] 소득 4만달러의 정치공식 - 이연호 원장(20140207 매일경제)
다음글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 선정 - 이연호 원장 [20140402 동아일보]
비밀번호 입력
비밀번호
확인
비밀번호 입력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