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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이제 분배보다 자발적 나눔 - 이연호 원장 (20140828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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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9 00:00:00

[매경의 창] 이제 분배보다 자발적 나눔

기사입력 2014.08.28 17:11:59 | 최종수정 2014.08.28 20:02:36


21세기 들어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화두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경험하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지난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했던 친기업 정책이 기대했던 낙수 효과를 가져오기는커녕 경제적 집중만 심화시키면서 불평등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심각한 것은 사회심리적 불평등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 암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소득 불평등도 심각한 것이지만 어찌 보면 나를 남과 비교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문제다. 일찍이 발전경제론의 대가인 아마르티야 센 교수는 이것이 절대적 빈곤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근원이 바로 이 상대적 박탈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대적 빈곤의 문제가 사실상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상으로만 본다면 우리의 소득불평등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수준이고 미국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보다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불평등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 경제적 불평등보다도 상대적 박탈감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와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을까.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분배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시장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주장이다. 그런데 정부의 역할을 통해 형평을 제고하는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적절한 것인지 필자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경제 그리고 사회심리적 불평등 현상이 등장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주역이 바로 정부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기업가적 자질이 있는 소수에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집중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도모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만 희생당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억울함이 점점 더 강해져 왔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분배를 주도하는 것이 가능할지, 나아가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정부의 사회복지 재정 지출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9~10% 수준이다. OECD 평균 수준인 22%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솔직히 정부 입장에서는 국방비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지출이 안보나 경제 성장을 위해 더 절박하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에 의한 강제적 분배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에 의한 자발적인 나눔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주도하는 주체가 종교단체인 것은 어떨까. 유럽에서도 복지국가가 등장하기 이전에 가난한 이들을 감싸고 보호했던 것이 바로 교회였다.

이번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교황은 우리에게 자신을 낮추고 남에게 나누어 주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가진 자가, 원로들이 그리고 지체 높은 사람들이 몸을 낮추니 어려운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돌았다. 기득권자들이 자발적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보통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풀어진다. 과거 종교단체들이 민주화를 선도했듯이 이제 사회적 형평을 위한 운동을 주도해야 한다. 국가도 시장도 나서지 못하면 종교와 시민사회가 스스로 나누어야 한다. 종교계가 시민사회와 기업을 초대하여 이 문제에 관한 고민을 시작해주길 기대한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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