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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토론] 로비스트 합법화 - 조승민 객원교수 (20141119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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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20 00:00:00

[매일경제]

[이슈토론] 로비스트 합법화

기사입력 2014.11.19 17:09:49 | 최종수정 2014.11.19 19:03:31


공직 부정 방지를 위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면서 ‘로비스트 합법화’ 찬반 격론이 오가고 있다. 그동안 입법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됐던 로비스트법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간담회를 열어 김영란법과 함께 로비스트 제도화에 대해 논의하면서 수면 위로 재부상했다. 찬성 쪽은 미국식 로비스트 제도를 도입해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뒷거래를 근절하자는 입장이고, 반대 쪽은 입법 과정의 불공정성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의견이다.


◆ 찬성 / 조승민 연세대 동서문제硏 객원교수
로비활동 공개·허용하면음성적 뒷거래 줄어들것


우리나라에는 로비와 직접 관련된 법이나 규정이 없다. 다만 다른 법을 적용해서 사후적으로 처리할 뿐이다. 가령 ‘로비스트가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직업적 로비스트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변호사법 등에 의해 직업적 로비스트가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한 로비 활동, 예컨대 대기업 등에서 하고 있는 ‘대관 업무’ 같은 것은 용인되고 있다. 그래서 기업, 협회 등 이익단체들은 전직 고관 등을 자기 조직에 취업시켜 로비스트 역할을 맡기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로비 활동 공개를 요구하는 법도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따라서 ‘로비스트 합법화’는 ‘공개’와 ‘허용’ 두 가지가 핵심이다. 즉 로비 활동의 ‘공개’와 직업적 로비스트의 ‘허용’이다. ‘공개’를 통해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부정부패 가능성도 줄이자는 것이다. ‘허용’은 국민의 청원권 신장을 위한 것이다. 국가에 대한 청원의 권리는 자신이 직접 할 경우는 물론 제3자의 도움을 받는 경우에도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로비공개법’(가칭) 입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로비공개법’이 불법적인 로비 행위나 부정한 거래를 허용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물론 그렇지 않다. 핵심은 ‘공개’다. 로비 활동을 공개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게 하는 것이다. 공개를 통해 투명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부정한 거래는 지금도 그렇듯이 처벌 대상일 뿐이다.

한편에서는 직업적 로비스트를 허용하면, 능력 있는 이익집단만 유리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념해야 할 문제지만 반만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제도적 상황이야말로 강력한 이익집단에 가장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집단은 이미 영향력 있는 전관들을 고용해서 활발한 로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 의무가 없어서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관피아’ 논란은 이 같은 현실의 문제를 보여줬다. 우려와는 달리 로비의 ‘공개’는 강력한 이익집단의 활동을 제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반대 /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권력의 ‘부익부 빈익빈’ 공고화될 가능성 커져


필자가 로비 활동의 합법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사회집단 간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공고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로비스트를 제도화할 경우 자본과 정보에서 우위에 있는 집단이 더욱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권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미국에서 총기 소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도 미국총기협회의 로비에 걸려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로비 활동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입법 과정이 더 투명해지거나 공정해지지도 않는다. 이는 입법 과정을 보다 철저하게 투명하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와 시민적 개입에 의해 가능하다. 한국 국회에서처럼 많은 입법 절차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로비 활동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입법 과정이 투명해지거나 공정해질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로비 활동을 합법화하면 음성적 로비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도 순진한 것이다. 오히려 합법적인 틀을 이용해서 음성적이고 은밀한 로비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학연과 지연, 혈연 등 인맥 관계가 깊숙이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서 로비 활동의 합법화는 은밀하고 불공정한 봐주기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공직자나 국회 보좌진의 퇴직 후 일자리 확보를 위한 사전 로비 활동은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 오히려 강력한 제재 조치를 통해 불공적 개입을 막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입법과 행정 과정에 있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민감하게 만드는 제도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대리인(로비스트)을 고용하는 것보다 시민이 직접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들의 요구를 입법 과정에 투영하는 일이 꼭 로비스트의 합법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로비의 천국 미국에서조차 로비 활동에 대한 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기 때문이다. 로비스트 제도의 장점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을 고민해야 한다. 본고장에서조차 탈 많은 제도를 왜 도입하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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