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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국방비 세금 아깝다’는 소리 안들으려면 - 이연호 원장 (20150212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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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16 00:00:00

[매경의 창] ‘국방비 세금 아깝다’는 소리 안들으려면

기사입력 2015.02.12 17:11:07 | 최종수정 2015.02.12 17:15:33


박근혜정부가 작년 말부터 방산비리합수단을 설치해 추진한 조사 활동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조사 결과를 접한 시민들의 당황스러움이 역력하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세금이 아깝다고 세금 내기가 싫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볼 때 결코 그른 말이 아니다.

‘총과 빵’ 이론으로도 불리는 복지·전쟁 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즉 양자 간의 관계는 상쇄적이어서 하나가 늘면 다른 하나는 줄어들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정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무시하기도 어렵다. 올해 우리나라 정부 예산 376조원 중 국방비는 37조6000억원으로 10% 수준이다. 이에 비해 보건복지 그리고 노동 분야 예산은 115조5000억원으로 약 30.5%다. 일견 우리나라가 복지 중심적으로 보이는 것 같지만 국제 비교를 해보면 꼭 그렇진 않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3% 수준으로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5위 정도다.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1.7% 선이다. 반면 사회복지 지출은 GDP 대비 9~10% 정도며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OECD 평균은 21%를 상회한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의 사회복지 지출을 하는 셈이다. 물론 사회복지 지출 증가를 제약하는 다른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복지 비용을 아껴 지출한 국방비가 줄줄 새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에 이른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방은 일종의 성역이었고 그래서 일반 시민들이 세부적으로 잘 알 수도 없었다.

과거 정부에서 이런 말썽이 전혀 없다가 현 정부 들어 갑자기 발생한 것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국민은 거의 없다. 민간인의 상당수가 병사로 또는 장교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지라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마저 갖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군의 폐쇄적 기밀주의를 재점검하는 작업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국방이나 기간산업을 운용하는 인력을 국민의 세금을 들여 정부가 직접 육성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런데 이러한 인력이 자신의 직책을 독점적 면허 삼아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대신 사적인 이익을 편취하는 것은 한 야당 정치인이 말한 것처럼 일종의 국가 이적 행위다.

따지고 보면 국방안보 관련 이슈들을 지나치게 비밀주의에 부칠 이유가 별로 없다. 우리는 선진 자유민주주의 나라 중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그만큼 군경험자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국방과 안보 문제에 간여하기 어렵다면 논리 모순이다. 우리만큼 군 문제에 대해 이해가 높은 시민들이 전 세계에 또 있을까?

군당국이 무기 도입 사업 관련 정보 공개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군이 당면하고 있는 일련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보에 치명적인 비밀이 아닌 것은 가급적 공개하며 민간의 지혜와 협조를 구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직업군인 출신이 아닌 현 방사청장이 104개에 달하는 방사청의 팀·과장 자리 중 54%를 교체하고 주요 사업부의 현역 군인팀장 비율을 현재의 절반 정도로 대폭 축소하는 개혁을 추진했다. 지금 군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민간의 전문적 지식과 더불어 이와 같이 군내의 잡다한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객관적 입장의 민간 엘리트가 아닐까 한다.

안보 패러다임이 군사 문제 외에도 정치, 사회, 경제, 외교를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 이론으로 전환한 지 오래다. 이는 민간인 전문가 그리고 일반 시민이 안보에 참여할 필요가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만일 군이 국방 문제에 관해 지금처럼 폐쇄적인 입장을 고수한다면 납세자인 시민들의 마음을 붙잡아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연호 동서문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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