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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정치인과 공무원은 대오각성하라 - 이연호 원장 (20150702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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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07 00:00:00

[매경의 창] 정치인과 공무원은 대오각성하라

기사입력 2015.07.02 17:40:34  | 최종수정  2015.07.02 21:02:11


정치발전론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새뮤얼 헌팅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정치적 제도화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를 국가가 공적인 이익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여기에서 공익이란 특정 사회집단의 편협한 이기심에 포획되지 않아 나라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이익을 의미한다. 정치란 바로 이러한 공익을 정의하는 과정이다. 정치가 통치와 다른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통치는 국가 상층의 엘리트들끼리 모여 공익을 정의하고 이를 밑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반면에 정치는 아래에서부터 다양한 입장을 모아 논의하고 절충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익을 도출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정치가 정상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끄는 데 기여했던 공무원들도 작년부터 불거진 일련의 `관피아` 사건과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도 보았듯이 거대한 이익집단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며 국회법을 개정하는 데 그리고 내년 총선, 후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퍼포먼스를 하느라 바쁠 뿐 공익을 생각하는 건 뒷전이다. 그러면 여당과 야당에 대해 배신의 정치라 비난한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익을 걱정하는 유일한 국가 엘리트인가? 필자가 보기에 이 중 아무도 아니다. 관료는 자신의 안락한 미래가, 국회는 내년 총선에서의 재선과 대권 도전이, 그리고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업적에 대한 조급함이 가장 중요한 이익이다. 당연할지도 모른다. 미국 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는 1956년 저서 `파워엘리트`에서 힘없는 일반 시민들은 엘리트들의 조작에 놀아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요즘 자꾸 이 책이 다시 생각난다. 도대체 우리나라 엘리트들은 산의 정상만 쳐다볼 뿐 일반 시민들의 복지나 공익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려면 서로 존중하고 절충이라도 해야 하나 그러지도 못한다. 엘리트가 아니라 이리떼라고 비난받는 이유다.

이처럼 정치 엘리트들이 일반 시민들을 배제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학에서 말하는 국가에 의한 시민에 대한 약탈이 바로 이런 것이다. 조선도 그랬다. 당초에는 사대부 지식인들이 임금의 전횡을 성리학적 합리주의로 막는 이상주의적인 나라였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지식인들의 비판정신은 사라지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자신들 이익만 추구하며 유교적 이상국가로서 종말을 고했다. 그들은 당초 약속했던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권력이 백성의 안녕보다 점점 더 중요해졌다.

이런 점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 중에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의 실패는 더 안타깝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관료적 조직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이 기업조직이라고 했다. 삼성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기업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다. 물론 문제점도 많지만 그래도 철저한 조직 관리 그리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성과를 냈다. 그래서 정부의 실패를 민간의 성공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결국 삼성마저 관료화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는 난세에 우리를 구해줄 영웅을 희구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 선거는 유권자가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덜 싫은 사람을 뽑는 네거티브 게임이 돼가고 있다.

다시 헌팅턴의 주장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정치적 제도화, 즉 공익을 정의할 수 있는 정치의 힘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동안 달성한 경제적 성취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실패한다. 정치적 제도화를 주도하는 것은 엘리트들의 사명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 엘리트는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할 것이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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