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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이연호 원장 (20150806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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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19 00:00:00

[매경의 창]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기사입력 2015.08.06 17:16:03 | 최종수정 2015.08.06 17:16:38


지난주 최경환 장관이 청년실업 대책을 발표했지만 각계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그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다들 회의적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생계를 꾸리는 나 같은 선생의 마음도 학생들만큼이나 타들어간다. 그러면서도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자문해보게 된다. 진심으로 내 몫을 희생해 청년세대를 돌봐줄 용의가 있느냐고. 그러나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런 척할 뿐 사실 내 노후가 더 급한 문제인 것 같다.

새누리당이 현역 정치인들에게 유리할 법한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의원 수 증가`안을 각각 제안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권도 사실 청년세대에는 별 관심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청년들의 선호가 상대적으로 강한 새정치민주연합 태도는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지역주의를 타파한다는 명분을 갖고 비례대표 의원 수를 증가시킨다 하더라도 그 몫이 취약 세대인 청년에게 돌아올 리 만무하다. 게다가 60세 정년 연장이 현실화하자 실효성 문제를 들어 임금피크제 도입에 소극적이다. 노조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세대가 조용하기만 한 것도 나에게는 의문거리이자 걱정거리다.

지금의 청년들은 온실 속에서 자란 기가 역력하고 그래서 자신들 문제도 부모가 해결해주겠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본다면 거리로 뛰쳐나가 시위를 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 그런 기미는 어디서도 감지되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경쟁에 함몰돼 있다.

세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정치적으로 목소리가 컸던 세대가 전반적으로 큰 파이를 차지했던 것 같다. 비록 가난했지만 1960년대에 20대 대학생이었던 4·19혁명세대, 6·3한일국교정상화 반대세대, 3선개헌 반대세대는 지금 번영된 대한민국의 정치적·경제적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모든 것이 허술하던 때에 부를 축적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1970년대의 유신 반대세대나 1980년대의 386세대 역시 베이비붐 또는 그 후속 세대로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 중 현재 50대에 해당하는 이들은 대학 시절 데모를 하며 공부는 많이 안 했어도 취직 걱정은 별로 없었다. 오늘날 발전한 대한민국의 혜택을 현재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지금 40대인 1990년대도 불행했다. 1997년 금융위기가 엄습하면서 부모가 직장을 잃거나 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겪으면서 단단해졌고 지금 가장 행동력 있는 세대로 성장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지금의 2000년 세대가 경쟁해야 할 윗세대들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생존의 명수들인 그들과 상대하기엔 지금의 20대 청년들은 너무나 순진하고 의존적이기만 하다. 각종 이념 서적을 탐독하며 쌓은 토론 솜씨 그리고 데모에 참여하면서 획득한 행동력도 지금의 20대보다 나으면 낫지 못하지 않다.

게다가 선거적으로도 이들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현재 30대 유권자는 약 790만명, 40대 880만명, 50대 800만명으로 20대의 약 650만명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40·50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만일 이들이 임금피크제로 인해 자신들 임금이 줄어들고 따라서 노후 준비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한다면 정당들도 모른 체하기 어렵다.

청년들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결집하고 참여하지 않으면 청년들에게 돌아갈 파이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한국 정치의 화두가 이제 지역에서 세대로 그리고 계층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지역과 공천권이라는 진부한 정치 문제에 발목 잡혀 정작 중요한 문제가 간과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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