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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성공적인 노사정 합의를 위한 조건들 - 이연호 원장 (20150910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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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1 00:00:00

[매경의 창] 성공적인 노사정 합의를 위한 조건들

기사입력 2015.09.10 17:26:00  | 최종수정  2015.09.10 17:26:54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의 노사정 관계는 항상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다. 이번에 4개월 만에 재개된 노사정위원회도 그랬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임금피크제 도입, 비정규직 사용기간 그리고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요건 완화 등 세부적인 사항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기존의 연구들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고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전국적으로 확보한 노동조직의 수뇌부가 협의에 참여할 때 노사정 간의 합의가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노사정 합의가 원만하게 타결되고 지켜질 여건은 별로 좋지 않다.

노조 조직률이 10% 이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데다 한국노총만 참여하다 보니 노동의 대표성도 취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에서 노사정 간의 대화를 지속하고 가급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힘에 의한 일방적인 강요보다는 자발적 합의에 따라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스웨덴을 선두로 1930년대부터 사회적 합의를 성공적으로 도출해온 중북부 유럽국가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해답은 잘 발달된 민주주의와 합리적이고 약속을 중시하는 국민성의 이상적인 결합에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적 결정방식에는 합의제적인 것과 다수제적인 것이 있다. 후자는 과반수를 차지하는 다수의 입장에 소수가 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전자는 소수와 약자의 의견을 가급적 최대한 반영하여 절충안을 도출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의 판단을 두고 제도의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두고 본다면 두 제도가 상호 대립되는 완전히 두 개의 다른 방법인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는 동일한 원칙에 입각하여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원칙이란 협상주체들 간의 동등성, 합리적 절충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뢰이다. 이러한 민주주의적 방식은 토론을 중시하고 좀스럽다 할 정도로 꼼꼼하게 이익을 계산하는 그들의 국민성과 이상적으로 조화되고 있다. 중북부 유럽 국가에서 사회적 타협이 성공하는 비결은 결코 우리가 말하는 통 큰 타협에 있지 않다. 협상주체들 간의 철저한 이익 계산과 거래에 있다. 과거 필자가 현지를 방문하여 연구할 당시 느꼈던 인상은 일명 더치페이, 아이들의 말로 `반띵`이라고 하는 방식이 구성원들 모두에게 체화되지 않고는 작동하기 쉽지 않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회경제적 강자인 경영자가 크게 양보하고 노동자는 약자이므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얻어내야 한다는 온정적 사고로는, 그리고 정부가 조속한 타협을 종용하는 방식으로는 사회적 타협이 지속되기 어렵다. 정말 필요한 것은 상대편의 입장에 대한 존중, 그리고 한번 합의된 것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상호 간의 깊은 신뢰이다.

이러한 방식은 위민, 즉 지배계층이 하위계층을 자비롭게 돌보는 유교적 전통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각박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기독교적 전통이 강한 유럽에서도 16세기까지는 그러한 사고가 강하게 존재했다. 하지만 하위계층이 위민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주체로 성장하면서 사회적 타협이라는 방식이 등장했다. 비결은 민주주의의 발전이었다. 민주주의는 하위계층에게 권리도 가져다주었지만 책임과 의무도 부여했다.

우리의 자본주의와 더불어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층이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각성해야 하지만 상대적 열위계층도 주체적인 시민으로 행동해야 한다. 선진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회는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이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야박하고 엄격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우리가 지켜왔던 것과는 매우 다른 방식에 기꺼이 익숙해지려는 노사정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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