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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주년 기획 이광재가 원로에게 묻다 <16> 광운대 약진 이끈 김기영 전 총장 - 이광재 객원교수 (20131020.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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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3 00:00:00

 

“기업들 소프트웨어 강해지려면 전문인력 5만 명 더 필요”

창간 6주년 기획 이광재가 원로에게 묻다 <16> 광운대 약진 이끈 김기영 전 총장

대담·글=이광재 객원 칼럼니스트·전 강원도지사 | 제345호 | 20131020 입력
이공계 전국 9위, 매년 200여 명의 졸업생이 대기업 취업… 김기영(76·사진) 전 총장이 이끈 광운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이공계 전국 9위(2010년)와 종합 전국 28위(2011·2012년)를 차지했다. 2010년·2011년 연속으로 재학생이 ‘대한민국인재상’을 타는 경사도 맞았다. 약진의 중심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교육혁명’을 밀어붙인 김 전 총장이 있다. 2009년부터 4년간 총장으로 재임하다 지난 14일 물러난 그는 전체 학과 가운데 45%를 IT산업 학과로 육성해 취업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경영학자 가운데 세 명뿐인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인 그는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교육열이 아니라 입시욕이다. 학생들에게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 창조경제가 실현된다”고 말했다. “명문대 못 간 학생들은 평생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해…이런 학생들은 자기 발전이 없지. 자기가 최고라는 자긍심부터 길러야 해. 대학 간판이 아니라 자기를 믿는 훈련을 할 때 훌륭한 인간이 되지. 광운대 학생들이 약진한 이유야. 창조경제도 마찬가지지.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국민이 있을 때 창조경제도 실현되는 거야.”
 

김기영 1937년 서울 출생. 양정고와 연세대 상학과· 동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와 미국 남가주대, MIT대, 보스턴대에서 가르쳤다. 1996년 연세대 대외부총장을 거쳐 98년 연세대의 첫 석좌교수에 임명됐다. 2009년 광운대 제8대 총장에 취임했다. 취임 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과 1대1 맞춤형 취업컨설팅 약정을 맺어 기업이 원하는 인재 발굴에 집중했다.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황조 근정훈장을 받았다.

 
-‘창조경제’가 여기저기서 강조되고 있다.
“창조경제는 전문용어가 아니라서 한마디로 뭐라고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지향하는 목표를 보면 세 가지다. 첫째, 경제성장을 한다. 둘째, 일자리를 만든다. 셋째, 사회복지를 추진한다는 거다. 이를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창조경제를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선진국을 모방해 성장하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혁신을 통해 도약하는 나라가 있지만 그러지 못해 쇠퇴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는 후자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모방을 통해 성장해 온 모델인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달라졌다. 기업이 살아남아 국제화되는 길을 배웠다. 이제는 한발 더 나가야 한다. 기존의 지식, 경험, 기술에서 탈출해야 미래가 있다. 그게 창조경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세 가지다. 하드웨어, 휴먼웨어, 소프트웨어다. 우선 국가가 주도하는 하드웨어, 즉 도로망, 통신시스템, 기간산업 등은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과잉 투자돼 있다. 반면 휴먼웨어(생산성)는 부족하다. 시간당 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0%를 밑돈다. 현대자동차가 차 1대 만드는 데 28시간 걸린다. 그러나 도요타는 22시간, 미국 앨라배마주의 현대차 공장은 23시간이다. 소프트웨어도 크게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문제를 좀 더 얘기해 달라.
“예를 들면 서울 시내에 교통인프라는 잘되어 있다. 일요일에는 차가 없어 거리가 한산하다. 그런데 교통신호 체계는 평일과 같다. 신호대기로 인해 버리는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큰가. 바로 이런 걸 개선하는 게 소프트웨어다.”

-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개선할 방법은?
“삼성전자가 막대한 이익을 내지만 소프트웨어 부문은 취약하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려면 5만 명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내비게이션 등 차 내부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는 거의 다 독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투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국가가 할 일은?
“규제를 없애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낸 연구를 보면 우리 정부 규제 가운데 타파할 게 5000개에 달했다. 1960년대 산업화 시절에 나온 규제가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휴먼웨어를 개선하려면?
“교육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교육 소프트웨어가 잘못돼 휴먼웨어가 발전하지 못하는 거다. 무슨 문제건 해결하려면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려고만 하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지 못한다. 사람에게는 좌뇌와 우뇌가 있는데 우리 교육은 좌뇌 중심의 교육에 집중한다. 즉 답이 한 개인 것을 찾는 데만 힘을 기울이는 거다. 미국 아이들은 수업시간의 70%를 질문을 주고받는 것으로 메운다. 기억력은 타고난다. 그러나 창의력은 훈련되는 것이다. 많이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써봐야 창의적 인재가 탄생한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려면?
“소수의 유대인이 세계를 움직인다. 그들에겐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있는 게, 어머니가 일터에 나가는 것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미국 하와이에선 부모 중 한 명은 아이가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같이 있어야 하도록 의무화했다. 유대인은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늘 함께 한다. 이 자리에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무얼 배웠느냐고 묻지 않는다. 무슨 질문을 했느냐고 묻는다.”

-논술을 배제하는 입시제도가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정부가 논술시험을 없애는데 그건 절대 안 된다. 영어로 논술을 쓰게 하면 영어 능력 테스트는 쉽게 할 수 있다. 중·고교 수업현장에 가보면 아이들의 반은 자고 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학교에선 진도를 먼저 나가는 게 의미가 없다. 생각하고 토론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시험을 보면 학생들이 예문을 외워 쓰는 폐단이 있지 않나.
“나는 책을 펴놓고 시험을 보는 ‘오픈북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예를 들어 기업인이 자금 500억원을 조달하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는 문제를 낸다. 또는 성수대교의 붕괴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은 무엇이냐? 지구상에 바퀴벌레가 몇 마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가? 호랑이는 왜 줄무늬이고, 표범은 점 무늬인가?(이는 영국 수학자들이 밝힘) 이런 문제들을 낸다. 답은 다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한다. 세상엔 하나의 정답, 하나의 진실이 있는 게 아니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들이 경합하는 것이다. 논술시험을 없앨 게 아니라 논술시험이 진화돼야 한다.”

-고교 과정에서 문과·이과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렇다. 벽을 허물고 통섭을 해야 창의성이 생긴다. 문과·이과 분리는 한국ㆍ중국ㆍ일본에만 있는 제도다.”

-우리 교육법에 따르면 서울대 교수가 초·중·고 교사가 될 수 없다.
“교원 충원 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교사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외 유수한 대학의 박사학위 소지자나 대학교수들이 초·중·고 교사를 하고, 역으로 교사들이 교수도 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미국의 초·중·고 교장 중에는 박사가 많다. 우리도 장·차관이나 대기업 CEO를 역임한 인재들이 교장이 돼야 창의적인 교육이 일어난다.”

-일본은 도쿄대가 아니라 교토대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왔다.
“노벨상 위원회에서 왜 교토대가 일본 1위인 도쿄대를 제치고 노벨상 수상자를 줄줄이 배출했는지 연구했다. 교토대 학생들은 2학년까지 학과를 정하지 않고 역사ㆍ철학ㆍ수학 등 다양한 교양 과목을 이수한다. 학부 교육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거다. 여기서 발견한 자아를 바탕으로 전공을 정하고 대학원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이런 통섭적인 교육 시스템이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동력이 된 거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석사를 마치고 나서도 박사학위를 무슨 주제로 할 것인지 지도교수에게 물어 온다.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제자는 혼난다.(웃음)”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교과서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미국에는 여러 가지 교과서가 있다. 저자들 간에 이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생각이 다른 책을 읽고, 토론하고, 국익을 위해 무엇이 더 좋은지 또 어떤 이념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 아닌가? 선진국 학교들은 도서관이 크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관점의 책을 2~3권 읽도록 추천한 뒤 서로 다른 관점에서 토론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진화할 것 아닌가? 흑백논리 대신 다양한 생각을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흑백논리는 페르시아의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에서 나왔는데.
“낮과 밤, 선과 악을 대조하면서 흑백논리가 나왔다. 그런데 태양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낮과 밤이 만나는 석양 무렵, 밤과 아침이 만나는 일출 무렵 아닌가? 이처럼 뭐든지 서로 만날 때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인문·사회과학에서 하나의 정답, 하나의 진실은 없다.”

-한국 대학교수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미국 대학 교수는 업적에 따라 매년 봉급이 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호봉제다. 서울대 정교수 중 43%가 논문이 없다는 보고도 있었다. 미국은 종신교수 자격을 받아도 매년 논문심사를 받고 논문이 없으면 월급이 깎인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60대 초반이 되면 50~60%는 학교를 떠난다. 실적이 적으면 월급이 적어지므로 월급보다 연금 혜택이 더 커지는 순간 은퇴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는 새 교수를 충원하기 쉬워진다.”

-2000년대 중반 삼성이 소니를 앞지른 이유를 연구했는데.
“한·일 학술원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다. 우선 삼성은 3각 편대, 다시 말해 오너와 사장, 그리고 시니어 부장 등 엘리트로 구성돼 있다. 인재를 영입한 뒤 철저히 경쟁을 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시니어 부장의 실천 능력은 강해진다. 둘째, 오너와 사장으로 연결된 의사결정구조가 신속하게 돌아갔다. 삼성은 지난 20년 동안 1조원 넘는 큰 프로젝트 때 공장 건설에서 제품 생산까지 18개월 넘게 걸린 적이 없다. 반면 소니는 이사가 43명이나 됐다. 공장 건설에서 제품 생산까지 36개월 안에 이뤄낸 적이 없다. 셋째, 소니는 기술을 중시했고 삼성은 고객이 무슨 상품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뒀다.”

-창의성이 중요한 사례를 든다면?
“삼성에서 LCD와 LED가 결합된 TV를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니는 LED와 OLED 기술을 보유했지만 두 가지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지 못했다. 뒤늦게 공장을 만들었지만 제품을 내는 데 2년 넘게 걸렸다. 핀란드 휴대전화 기업 노키아가 최고로 앞서 나갈 때, 스마트폰 제작을 건의한 인물들을 전부 내쫓았다. 이는 결국 노키아의 몰락을 초래했다.”

-불황에 시달리던 우리 조선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6%로 올라섰다.
“우리 조선업은 얼마 전까지 중국의 저임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어떻게 하면 선주들에게 비싼 배를 사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배 한 척에 탐색과 시추, 가스압축, 저장, 운반, 쇄빙 기능을 모두 갖춘 고급 선박이 해답으로 제시됐다. 한 척의 가격이 1조원을 넘는 ‘융합 선박’이었다. 여기에 IT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적의 항로를 선택해 운항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수주 물량의 80%를 한국이 차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기업 오너십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이 많다.
“삼성과 소니의 비교에서 보듯이 아직은 오너십이 필요하다. 미국도 기업이 5세대를 거친 뒤에야 전문경영인 체제로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우리도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를 보자. 우리는 민주주의가 본격화된 지 27년이다. 원숙한 민주주의가 되려면 서양처럼 100년 정도는 걸려야 하는 것과 같다. 호흡을 길게 봐야 한다. 이병철·정주영 회장을 가까이서 많이 봤다. 당시엔 가장 창의적인 인물들이었다. 이 회장은 신년초면 늘 일본에 가서 본인이 볼 책과 삼성 간부들에게 줄 책을 샀다. 정 회장도 직원들이 ‘어렵다’고 얘기하면 ‘해 봤어?’라고 반문했다. 그만큼 창의력과 도전의식이 넘쳤다.”

-우리 경제에서 이제 브랜드 가치도 중요한 창조물 아닌가?
“당연하다. 이젠 빌딩이나 자본이 아니라 사람과 브랜드의 시대다. 그래서 정부도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통한 국가 브랜드 향상에 힘을 쏟는 것 아닌가. 특히 스포츠 선수는 국가 자원이다. 올림픽을 잘 치르면 국격이 높아지고 투자가 늘어난다. 국가 브랜드와 사람, 스포츠 산업, 관광자원의 결합을 통해 융합적 일자리가 창출된다. 창조경제의 좋은 예다.”

-정부와 청와대가 창의적이 되려면?
“우선 부처와 과(課)의 칸막이를 없애고 과제 중심으로 조직을 만든다. 그 뒤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선 공신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자리를 준다면 창의력 확보는 어려워진다. 둘째, 정부와 청와대 조직을 백악관처럼 수평적으로 만드는 거다. 요즘은 지휘관의 역할도 바뀌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걸 갖고 끌고 가는 게 아니다. 아랫사람이 가진 새로운 것을 융합해 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창조경제 얘기만 하겠다. 우선 5000개가 넘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국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둘째, 경제민주화의 주된 동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실리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자꾸 법을 만들면 창조경제와 모순되는 길로 갈 수 있다.”

-3·1 문화재단을 맡고 있다. 어떤 단체인가?
“이정림ㆍ이정호씨 등 개성 상인 출신 기업가들이 1959년 국내 최초로 만든 학술문화재단이다. 학자나 예술가는 물론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구두닦이나 철도 운전사에게도 상을 줬다. 윤보선 대통령이 시상식에 나와 상을 수여했다. 지금 기업인들도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기업인이 존경받아야 선진국이 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즐겁다. 즐거움의 원천이다. 즐거움을 유지하는 수단은 창의력을 갖고 도전하는 거다. 늙어감을 무서워하지 말고, 낡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난 항상 즐겁다. 걱정하면 뭐 하나?(웃음)”
 
 

“운동부 만드는 기업엔 특소세 깎아주고 애써 키운 국가대표 출신에 교직 개방을”

스포츠진흥으로 창조경제 추진하는 이에리사 의원

이광재 객원 칼럼니스트·전 강원도지사 | 제345호 | 20131020 입력
 

이에리사 1954년 충남 보령 출생. 73년 제32회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국민훈장 최고훈장인 무궁화장 수상. 2005~2008년 태릉선수촌 촌장,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선수단 총감독 역임.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이 창조경제를 실현할 방안의 하나로 스포츠산업 진흥을 역설했다. 탁구 스타 출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에리사(59·사진) 의원을 만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들어봤다. 그는 “운동부를 만드는 기업들에 특소세를 절반으로 깎아주고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 브랜드와 스포츠의 관련성은?
“대한민국 체육이 세계 5~10위권에 진입해 있다. 스포츠는 국민 마음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을 치르며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크게 높아졌다. 훌륭한 스포츠 선수는 국가의 자산이다. 기업의 가치도 재산의 시대에서 사람과 브랜드의 시대로 변했다.”

-우리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성공한 이유는?
“엘리트 체육이다. 소년체전을 통해 인재를 조기 발굴하는 꿈나무 육성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나무 이후에는 국가대표 후보 선수, 그 다음은 국가대표 선수가 돼 국가의 지원을 받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문제점은?
“실업팀이나 직장 운동부가 부족해 최고 선수들을 제외하곤 갈 곳이 없다.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 외국에선 선수가 시합을 하고 오면 보충수업을 해준다. 학습을 병행할 수 있어 선수생활을 마친 뒤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운동하는 학생들의 공부 기회가 원천 봉쇄돼 있다. 이걸 바꿔야 한다. 또 운동부를 만드는 기업에 특소세 50%를 감해줘야 한다고 본다. 재계와 협의가 필요하다.”

-올림픽과 세계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학교 교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가대표 선수를 육성한다. 그런 선수들은 국가의 자랑이고 자산이다. 그런 자산의 하나인 장미란 선수는 심하게 말하면 실업자다. 이들이 사회에 또 다른 기여가 되도록 교직을 개방해줘야 한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한국 선수는 1년에 100명도 안 된다. 이들을 초등학교 체육 전담 교사로 진출시키려 했는데 ‘교대 출신이 돼야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래서 우선 시범적으로 국가대표 출신들이 2급 경기지도사나 생활체육지도사가 될 길을 열어주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체육 전담 교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장미란 선수 같은 이들의 처우를 어떻게 해줘야 하나.
“스포츠 스타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 공부를 시켜야 한다. 국가 브랜드나 국산 스포츠 브랜드에 기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체조 스타 리닝(李寧)의 스포츠용품 사업 진출은 좋은 사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잘 치르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잘 치르면 국가 브랜드는 확연히 올라간다. 대회의 성공 여부가 곧 국력 평가의 잣대가 된다. 겨울올림픽으로 성공한 도시도 있고 파산한 도시도 있다. 평창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좋은 선수층을 육성해야 한다. 또 겨울 종목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 2018년을 기점으로 겨울스포츠에서도 선두국가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겨울스포츠 선수층은 어떤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진을 보면 미국이 214명, 독일이 151명이었다. 선진국의 경우 대략 150명 선인데 우리는 46명만 출전했다. 또 아이스하키나 컬링은 역대 겨울올림픽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또 스키 등 설상 종목에 걸린 메달이 68개로 전체 메달의 71%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이들 종목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투자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내년 2월 열릴 소치 겨울올림픽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대적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보니까 올림픽 수준이더라. 소치의 성공을 위해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소치 올림픽 준비를 직접 진두지휘한다고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겨울올림픽의 모든 종목 협회장들을 재력가로 교체했다. 국가와 민간이 똘똘 뭉쳐 총력 지원하는 것이다. 또 세계 대회마다 종목별로 수십 명의 선수들을 출전시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림픽을 마친 뒤 국가가 그 유산을 활용하는 전략이 있어야 할 텐데.
“이젠 대회만 잘 치르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올림픽을 마친 결과물을 미래 자산으로 만드는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러시아는 소치를 유럽 최대의 휴양지로 만들려 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연구하기 위해 대학까지 세웠다. 우리도 2018년 평창올림픽을 마친 뒤 그 유산으로 무엇을 만들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스포츠가 나날이 산업화되고 있다.
“스포츠는 수백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다. 점점 더 커지고 고급화될 것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미즈노, 요넥스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는 전부 외국산이다. 한국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고 제조업과 의류 디자인 강국임에도 스포츠산업은 미약하다. 세계 대회를 유치하는 데 수천억원, 대회를 치르는 데 수조원을 쓴 나라다. 이만하면 스포츠산업 진흥에 나설 충분한 조건이다. 이런 분야가 창조경제 아닐까 싶다.”

-체육부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생활체육예산에 들이는 돈만 2000억원이다. 그런데 체육을 관장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학교 체육은 교육부, 엘리트 체육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담당 부처가 나뉘어 있다. 또 실무단체는 대한체육회, 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회, 학교체육회 등 네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제는 체육부를 만들 때가 됐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건.
“체육인 복지법과 체육 유공자 제도 신설이 시급하다. 또 국립체육박물관을 지을 때가 됐고 체육 관련 공정위원회도 만들어 체육계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은 핑퐁이다. 주고받는 것이다. 공이 안 오면 이기는 것이 된다. 그러나 늘 주고받아야 아름다운 인생이 되는 것 아닌가? 인생도 핑퐁도 항상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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