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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소득 4만달러의 정치공식 - 이연호 원장(20140207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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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07 00:00:00

[매경의 창] 소득 4만달러의 정치공식

기사입력 2014.02.06 17:04:56 | 최종수정 2014.02.06 21:25:12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신년구상을 통해 소위 474비전을 제시했다. 경제성장률 4%, 고용률 70% 달성,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주된 내용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계획이 반드시 달성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만 정치와 행정 같은 비경제적 시각에서 발전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필자가 정부 당국자와 경제인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대통령이 세우는 경제 성장의 목표가 경제 운영만 잘해서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이라는 싹을 틔워줄 토양, 즉 정치, 행정 그리고 사회의 영양분이 결핍되어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의 자본주의는 1997년 이후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국가자본주의로부터 시장자본주의로 변화했다. 국가자본주의하에서의 성공 방식은 간단하다. 정부가 주도하여 발전자원을 동원하고 노동은 낮은 임금을 감내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국가 주도적 방식으로는 1인당 4만달러의 벽을 넘기가 어렵다. 자본주의 역사는 우리에게 선진국에 도달하는 길은 시장자본주의 방식이 거의 유일함을 말해 주고 있다.

정부 주도적 방식은 권위주의적 통치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통치는 부패와 시장에 대한 억압이라는 문제를 유발시킨다. 집권 세력에 대한 견제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장자본주의에서는 정부보다 민간이, 그리고 개인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이 만끽할 수 있는 정치ㆍ경제적 자유가 중요하다.

물론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정부는 시장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시하고 객관적으로 위반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의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경제의 주도권이 시장과 개인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지적한 대로 탐욕이 지배하는 우리의 시장은 불안정하고, 자율을 획득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 정치 엘리트와 관료 엘리트는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결국 발전적 변화를 달성하지 못하는 우리의 자본주의는 지난 5년여 동안 2만달러 전후의 성과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결국 우리의 문제는 간단하지만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더 큰 문제가 수면 아래 숨어 있다. 어느 정부도 5년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국가 운영 방식이 권위주의적 통치(統治)에서 민주주의적 정치(政治)로 바뀌어야 한다. 전자는 수동적 시장을, 후자는 능동적 시장을 상정한다. 시장에 책임만 묻지 말고 자유도 만끽하게 해줘야 한다.

`아랍의 봄`으로 정권이 교체된 중동의 한 국가는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산의 60%를 통치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국민을 감시하고 저항을 억누르며 정권의 친위 세력을 관리하는 데 재정을 낭비한 것이다. 이처럼 통치 패러다임에 연연하는 한 시장의 자유를 싹 틔울 영양분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참으로 많다. 경제효율 만능주의를 옹호하는 신자유주의에 필자도 불만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라는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형평은 안정을 가져오지만 발전은 효율에서 나온다. 양자를 어떻게 균형 잡느냐에 따라 선진국 진입 여부가 결정된다. 민주정치가 만능은 아니다. 그러나 통치가 해답이 아님은 분명하다.

국가운영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 사회, 행정 등 모든 제도는 능동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국가 구성원 모두가 자유와 책임을 감내하게 하는 정치적 개혁이 필요하다. 더 이상 국가에 의한 계획이 만능은 아니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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