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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식

유럽센터소장 이정훈 교수 신문기고(2013.2.7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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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2-14 00:00:00

국가적 安保 결단 필요하다(2013.2.7 문화일보)


이정훈/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동서문제연구원 유럽센터소장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하면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가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 핵실험이 정작 북한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가 된다면 사태는 매우 심각해진다. 자제를 촉구하는 경고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막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대응책 마련이다. 사실 우리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북핵(北核)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북핵 불용’이라는 큰 원칙은 있었지만 해법을 찾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대북정책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김씨 왕조’ 체제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만 있으면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논리가 북한의 거침없는 핵 질주를 부추기고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 열악한 북한은 핵무기를 앞세운 비대칭 군사력으로 대한민국을 압도하려고 한다. 국군의 질적 우위나 선진 경제력을 단숨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셋째, 핵 도발을 해도 국제사회로부터 군사적 보복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핵실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6자회담 무시, 우라늄 농축 등 수 차례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제재는 없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핵무기 개발은 김정은 리더십의 시금석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핵 국가 건설이라는 ‘유훈(遺訓)통치’의 정책 기조와 핵보유국을 명시한 새 헌법을 감안했을 때 핵실험 및 핵보유국 목표 달성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도 북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존 케리 신임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 국제사회의 중대한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역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경고가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북핵 불용’이라는 대원칙을 고수하기 위해선 훨씬 더 강한 행동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예를 들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제2087호에 입각해 북한의 금융 및 수출입 활동, 그리고 현금 거래를 철저히 통제해 핵 도발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4억8000만 달러의 원유와 석유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 에너지 공급만 일부 끊겨도 북한은 곧바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추가 핵실험을 저지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인데 안 쓰고 있을 뿐이다.

한·미 양국은 또한 한미연합사 해체를 무기한 연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철수한 전술핵 재배치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과다한 대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북핵 폐기는 적당히 해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추가로 5·24 조치를 해제할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특히, 대북 심리전 재개를 적극 실시해야 한다. 그 이유는 심리전이 북한 체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이 가장 먼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것은 체제 와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북한의 핵실험을 막겠다면서 북한의 취약점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23개 한국 기업에 약 5만2000명의 북한 근로자가 월 평균임금 128달러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다. 실제 근로자의 몫이 몇 달러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은 연 8000만 달러에 가까운 현금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계속 핵 카드를 휘두른다면 개성공단 폐쇄 카드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북한의 핵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안보불감증인지는 모르겠지만 구경만 하다가는 북한의 핵 협박에 점점 더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 소극적인 자세로 ‘핵보유국’ 북한에 끌려다닐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쳐 북핵 위기를 정면 돌파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교류·협력을 핑계로 대응 수위를 조절하며 더이상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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