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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지역협력 및 통합연구센터소장 박명림 교수 신문 칼럼(2013.2.21.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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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2-21 00:00:00

[중앙시평] 박근혜 정부 출범에 부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권교체는 선거와 정부구성의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선거는 국민의 선택이지만 정부구성은 승자의 몫이다. 한 국가의 발전에서 선거와 정부구성처럼 중요한 절차는 없다. 특히 초기 정부구성의 절차와 내용은 특정 대통령과 정부의 임기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대선 승리 이후 박근혜 당선인이 초기 정부구성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박근혜 정치와 박근혜 정부의 운영방식과 경로를 전망케 하는 뚜렷한 특징을 함축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표면적 현상은 공직 후보자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불법·비리·위법·자질·도덕성·애국심 논란이다. 민주화 이후 정부구성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한국사회의 성공한 보수 엘리트들의 민낯을 보며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 이래 인류의 주요 지혜들이 왜 ‘좋은 인간(agathos anthropos)’과 ‘좋은 시민(agathos polits)’의 문제를 끝없이 고뇌했는지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유능하고 성공한 저 많은 ‘좋은 인간들’이 공동체의 덕목과 시민윤리에서는 왜 이리 ‘나쁜 시민들’인지, 한국사회의 성숙을 위해 사적 개인적 성공과 공적 시민적 윤리 사이의 관계는 이제 공동체 전체의 핵심 질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선의 과정도 무겁게 물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고위공직 후보들이 이토록 극소수에 의해 위로부터 비밀리에 선택되고 갑자기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다. 인선의 공적 근거 역시 상세히 제공된 바 없다. 공개성[소통성], 투명성, 예측가능성은 민주주의를 다른 통치방식과 구별되게 하는 핵심 원리다. 민주주의에서 국가의 고위공직 구성은 결코 군주나 제왕의 개별적 점지나 밀봉하명이 아니다. 그것은 선거의 연장으로서 정치이론에서 말하듯 ‘사실상의 선출’인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반(半)선출’과 위로부터의 ‘반(半)임명’의 결합인 것이다.

 정부구성의 내용 역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이들 공직후보가 최고통치자로부터 개별적으로 낙점되기 이전에 하나의 그룹·팀·네트워크·예비정부로서 어떻게 전체 비전을 가다듬고, 공동준비를 했는지 알려진 바 없다. 정부 출범 직전에야 개별적 호출을 통해 참여하면서 ‘하나의 정부로서’ 경제·복지·교육·외교·남북관계…에서 준비된 대통령 구호에 걸맞은 ‘집합적’ 정책준비·정책훈련·정책조율·정책집행이 가능할지 깊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대표성과 책임성의 문제다. 민주정부는 곧 정당정부다. 그러나 이번 정부구성은 선출협의 과정과 실제 구성에서 새누리당 정부라고 할 수 없다. 보수진영을 대표한 정부도 물론 아니다. 반대정당과 진영을 포용한 연합정부·국민통합정부가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금번 주요 공직후보들은 국민대통합·탕평·복지·경제민주화와 같은, 선거과정의 핵심정책과의 일관성 및 책임성도 거의 없다. 정당과 정부구성, 선거와 정부구성의 유리, 즉 정당정치 및 책임정치와는 거리가 먼 정부구성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선거캠프와 여당과 보수진영을 엮는 대신, 대통령 일인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사회적 대표성이 결여된, 위로부터 낙점된 소수의 참모·비서·수하·측근·관료들이 한국 규모의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민주화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경우 주요 정부구성은, 한국사회의 민주적 다원적 분화를 반영해 정치적 사회적 대표성을 띤 임명이었다. 단임제로 인한 ‘제도적’ 무책임제를 ‘정치적’ 책임제를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기존 관료 및 기득세력에 더해, 특별히 최소 3분의 1에서 2분의 1은 정당·민주화운동진영·시민사회·노동·여성 세력의 대표성을 띠고 ‘연합적으로’ 구성되었다. 지역·세대·언론(여론)·이념의 대표성도 반영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해결에 실패했을 만큼 한국의 국가경영은 지난하다.

 금번 정부구성에서 정치적 사회적 대표성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민주인사나 소외세력의 대표성을 배제한 유일한 정부구성이기도 하다. 정치적 사회적 대표성을 수직적 발탁과 상하관계가 대신할 때 통치는 있으되 정치는 없고, 정부는 있으되 정당은 없는 기형적 민주주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동료·정치인·수평적 네트워크·시민참여·대화·거버넌스는 실종되고, 부하·수하·참모·비서·관료들과의 수직적 체계만이 존재하게 된다. 성공한 정부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자율과 능력, 권한과 책임, 대표성과 책임성, 수평성과 참여성은 함께 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민주정부 성공의 필수요체인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초빙교수

원문 기사 링크: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510/10742510.html?ctg=2002&cloc=joongang|home|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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