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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식

NPO 연구센터소장 박태규 교수 신문 포럼(2013.3.6.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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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07 00:00:00

복지정책에 부담 주는 公企業 부채

박태규/연세대 상경대 교수·경제학

우리의 재정 건전성은 과연 안심할 수 있는 상태인가?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국가부채의 규모가 445조9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3.3%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다. 우리의 재정이 다른 어느 나라비교해도 건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공기업(公企業)의 부채를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단숨에 GDP의 65%를 훌쩍 넘는 수준이 된다. 공기업들의 부채가 국가부채의 규모에 맞먹는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부채 규모가 138조 원에 이르는 LH공사를 비롯해 한전·가스공사·도로공사 등 우리 경제의 가장 근간이 되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7개 공기업의 부채가 전체 공기업 부채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일이다. 전력·수자원·철도 등 경제 및 사회적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이들 부채의 규모가 증가할 수 있는 부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막대한 공기업 부채를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재정 상태가 그렇게 안심할 만한 상황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녹록지 않은 재정의 현실 속에서 복지정책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 복지정책이 향후 우리의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많은 나라에서 복지 분야의 지출이 재정 팽창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재정과 복지의 관계를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경제 성장기를 지나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어느 나라보다 빠른 고령화 현상, 출산율의 저하 등 복지 지출의 증가 요인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때로는 경제·사회적 문제로, 때로는 정치적 문제로 부상하는 우리 사회의 복지에 대한 과제를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가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흔히 보편적 복지와 개별적 복지의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중 어떤 것도 우리 사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를,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개별적 복지가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재정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이미 현실에서 우리의 선택 범위에 있지 않다.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 최소한도 어떤 사회적 욕구를 먼저 충족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복지 혜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차선의 복지정책을 마련하는 일이 더 시급한 일이다.

투입되는 복지 물량이 복지의 질적 수준을 결정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복지 재원의 확보만으로는 복지정책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양적인 복지 확대를 위해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는 일보다 어렵사리 마련한 복지 재원을 효과적으로 집행해 복지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다.

복지 공급의 측면에서 볼 때 복지의 전달체계, 복지 행정, 복지 기관들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제고해서 복지 재원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잠재적 복지 수혜자들이 합당한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원활하게 제공하고 수혜 절차를 지원하는 등 정교한 보조정책이 수반되는 종합적인 복지정책이 마련될 수 있어야 비로소 차선의 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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