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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수교 50주년의 정치적 의미" 이연호 동서문제연구원장(EU Brief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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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11 00:00:00

 

한-EU 수교 50주년의 정치적 의미

2013년은 한국과 EU가 수교 50주년을 맞는 해다. 1963년 한국과 EU가 수교를 맺던 당시 한국은 박정희 군사정부의 민정이양을 앞두고 있었고, 유럽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가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
원자력공동체(EURATOM)를 발족하여 통합의 초석을 놓고 있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과 EU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원조 수혜국이던 대한민국은 GDP 기준으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자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했다. 그리고 유럽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ropean Union)으로 발전하여 유럽합중국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당초 6개국이 추진하던 유럽통합 작업이 오늘날 이 정도로 진전된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의 통합은 세계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인가?

EU의 탄생은 평화를 향한 인류의 염원이 실제로 성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오늘날 우리는 EU를 단순히 경제적 차원에서만 보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EU에 대한 편협한 이해에 기인한 것이다. 당초 석탄철강공동체로 시작한 유럽통합 작업은 일견 경제적인 시도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에 기반한 장기적인 계획이었다. 경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시장 교류를 통해 정치적 통합에 이르려는 기능주의적 접근인 것이다. 유럽인들은 민주주의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끼리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EU는 회원국이 되는 절대적인 조건으로서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인권, 자유 그리고 법치를 존중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중시한다. 민주주의적 정치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통합된 시장경제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은 특정 국가가 자원을 독점하여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를 무력으로 지배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자원의 교환이 자유로운 시장경제는 민주주의적 정치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의 통합이 후퇴할지도 모른다고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유럽통합의 역사와 목적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만을 본 그릇된 인식
이다. 유럽통합 과정에서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얼마든지 있었다.

유로존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EU 27개 회원국 중 17개국이다. 설령 이 중 몇 나라가 탈퇴한다 하더라도 유럽통합을 향한 유럽인들의 의지가 후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EU에 가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EU에 가입하는 것은 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이 된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EU 가입은 인권과 자유와 법치를 존중하기로 약속한 나라들 중 하나가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이 EU 가입을 희망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가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즉,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인 셈이다.

EU의 탄생과 진화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지금까지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온 우리가 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결국 왜 북한도 궁극적으로 이러한 조류에 동참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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