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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자력협정 시각 바꿔야" 이정훈 미국연구센터 소장(2013.4.4.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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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11 00:00:00

 

[문화일보 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3년 04월 04일(木)

 美, 원자력협정 시각 바꿔야

 이정훈/연세대 교수, 동서문제연구원 미국연구센터 소장

 

오는 5월 초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외교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전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다양한 의제를 포함한 폭 넓은 정책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북핵(北核) 위협에 따른 국내의 자위적 핵무장 여론 확산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 맞물리면서 후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리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제4조는 ‘조약의 어느 조항도 조약 당사국의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 및 개발 권한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NPT의 규정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철저하게 준수해 왔다. 따라서 미국과의 별도 협정 때문에 NPT도 인정하는 조약 당사국의 권한이 저해받아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후손의 미래가 달린 한·미 원자력협정은 40년 전과는 달라야 하는 게 당연하다. 40년 전에는 한국에 단 1기의 원자력발전소도 없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도 불과 559달러였다.

 

수십 년에 걸친 한국의 비확산 노력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2004년 일부 과학자들에 의해 미비한 핵물질 실험이 있은 이후 한국은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대 원칙을 선포하고 준수해 왔다. 그 첫째가 핵무기 개발·보유 의사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가 핵투명성을 유지한다는 것, 셋째가 핵비확산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는 것, 그리고 넷째가 핵의 평화적 이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까지 감안한다면 한국의 비핵화 및 비확산에 대한 의지는 그 어느 국가에 비해도 높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NPT를 철저하게 준수하다 보니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1988년에 개정된 일본과의 원자력협정에서 미국은 ‘포괄적 사전 동의제’라는 예외 제도를 만들어 사실상 일본의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인정해줬다. 미국은 또한 2008년에 비준된 인

 

도와의 협정에서도 민간 핵기술 이전 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핵기술 협력을 약속했다. 결국 NPT에도 가입하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각종 핵시설 안전조치도 이행하지 않는 인도에 미국은 핵 보유를 허용하고 핵 개발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핵확산 원칙을 어기는 인도에는 관대하고 모든 국제 규범을 성실하게 지키는 한국에는 엄격한 미국의 ‘이중잣대’는 분명히 시정돼야 한다. 주변의 군사적 위협을 명분으로 인도의 핵 보유를 인정하면서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핵 보유는커녕 선진 핵연료주기 개발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동맹국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인도와 같이 핵실험을 하고 실제로 핵탄두를 보유해야만 미국과 유리한 원자력협정이 가능한 것인가?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 과정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은 현재 23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세계 5위권의 원자력 강국이다. 정부는 원전 비중을 현재 36%에서 2030년까지 59%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연간 우라늄 사용량이 4000t이며, 매년 700t 정도의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동의 없이는 그 연료를 활용하지 못하고 수십 년 간 저장만 할 수 있는 처지다. 20~30년 후 원자력산업의 장래를 봤을 때 40기 이상의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는 핵연료인 농축우라늄을 생산하지도 못하고, 쌓인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도 못한다면 원자력 강국으로서의 미래는 그리 밝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선진 핵연료 주기 권한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2016년부터 포화 상태가 되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 공간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한·미 원자력협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미국의 비확산 커뮤니티는 ‘골드 스탠더드’ 운운하며 한국의 비확산에만 몰입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북핵을 차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부터 먼저 했으면 좋겠다.

 

 

원문기사링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40401033037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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