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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무임승차자가 득 보는 사회 - 이연호 원장 (20141106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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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24 00:00:00

[매일경제]

[매경의 창] 무임승차자가 득 보는 사회

기사입력 2014.11.06 17:04:51 | 최종수정 2014.11.06 18:00:04


사회과학 용어 중에 집단행동문제라는 것이 있다. 한 개인이 혼자서는 달성할 수 없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집단의 구성원들이 부담을 공유한 채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좋은 예가 교통시스템이다. 교통질서를 잘 지키면 구성원 모두가 원활한 교통 흐름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물론 구성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없지 않다. 신호등도 설치해야 하고, 신호를 지키다 보면 생각만큼 빨리 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이 규약을 준수하면서 집단행동을 잘 조절할 수만 있다면 공공의 이익이 증진되고 사회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누리려 하는 무임승차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혼자만 이익을 보려는 불법 운전이 그런 예다.

몇 년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서울 도심에서 일정 구간을 반복적으로 운전해본 결과 불법 운행 차량은 준법 운행 차량보다 도착 시간이 5~16%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대신 연료 사용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15% 많았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니 불법 운행 차량의 이득은 7000원이었다. 반면에 불법 운전 차량이 유발한 교통정체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니 17만원이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계산하면 교차로 꼬리물기는 연간 751억원, 불법 주정차는 연간 3조7000억원 그리고 끼어들기는 매년 112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유발한다고 한다.

과연 우리의 이러한 문제가 교통에만 한정된 문제일까.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 국민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든 말든 요령껏 남보다 먼저 목표를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함몰되어 살아왔다.

원전 비리, 세월호 사건에 이어 모뉴엘이라는 회사가 저지른 사기 행각이 그 증거다. 목표지상주의적 관행이 단기적 성과를 낼지는 몰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수습하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세금으로 돌아온다. 결국 정직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학습이 되고, 세금을 내라는 정부의 설득은 점점 더 신빙성을 잃어간다.

2008년 겨울 필자가 머물던 하와이 오하우섬에 대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섬 전체가 밤새 정전이 된 것은 물론 신호등도 마비돼 교통체증이 생길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걱정했던 그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교차로에 교통경찰이 진을 치고 정리를 했던 것도 아니었다. 경찰들은 대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순찰을 돌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시민들은 평소에 교육받은 대로 꼬리물기를 하지 않았고, 끼어들기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들은 시계 방향으로 한 대씩 한 대식 교차로를 건넜다. 그뿐이었다. 우리처럼 교차로마다 CCTV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네들은 그렇게 적은 비용으로 정전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계, 중국계, 일본계 이민자의 후예들이다. 우리와 DNA가 크게 다른 사람들도 아닌데 어려서부터 받은 시민교육과 준법교육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습득했다.

발전론 전문가인 필자는 우리 경제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는 우울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 수출이 안 돼서? 세계 경제가 나쁘니까? 통일의 경제적 비용 때문에? 엔저 효과 때문에?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위기가 오거나 외국인이 보기 전에는 규칙을 쉽게 무시하는 뻔뻔함, 이러한 시민을 불신하는 관료적 정부, 정부를 의심하는 시민…. 신뢰의 부재가 경제적 비용의 증가로 전가되고 있다.

요령 좋은 무임 승차자가 득을 보는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경제적 도약은 어렵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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