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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개헌 논의 전에 국회부터 개혁하라 - 이연호 원장 (20141211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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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6 00:00:00

[매경의 창] 개헌 논의 전에 국회부터 개혁하라

기사입력 2014.12.11 17:07:07 | 최종수정 2014.12.11 17:09:01


만일 선거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자격시험을 부과할 수 있다면 출제해보고 싶은 시험 문제가 있다.‘당신이 추구해야 할 공익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사실 이 문제는 정치학에서 학문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가장 난도가 높은 문제여서 오랜 기간 논란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사적인 이익의 총합을, 어떤 이는 국가의 이익을, 그리고 어떤 이는 막연하게 공동체의 이익을 공익이라 주장한다. 참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추구해야 할 공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즉 자신과 자신이 소속된 정당을 지지해준 시민들의 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 간 절충점이 공익이다. 막스 베버가 지적한 대로 정치인의 본질은 당파성과 변화를 위한 투쟁에 있다. 국회의원의 본분은 시민을 대신해서 국회에서 심의를 통해 공익을 정의하고 입법하는 일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내년부터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을 허용하는 현행 헌법에 원인이 있으므로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회 주변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안의 핵심은 이원집정부제안과 합의제를 수용한 내각제안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가 한때 거론됐던 적이 있지만 요즘 국회에서는 별반 관심이 없는 눈치다.

이유는 간단하다. 압도적 카리스마를 발휘할 만한 대권 주자 없이 다수의 후보들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 가급적 돌아가며 국가의 수뇌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두 가지 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중심제 폐지가 올바른 대안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의 정치는 합의제적 요소를 가미한 다수제적 제도를 발전시켜왔고 그만큼 국회의 힘도 세졌다. 합의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소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반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에 1인2표제를 도입해 소수 정당의 대표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바 있다. 또 제18대 국회는 2012년 5월에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켜 다수당의 전횡 문제를 극복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예컨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하지 않으면 막강하다는 대통령도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 정치 문제의 핵심은 공익에 관해 충분히 심의하지 못하는 국회에 있다. 올해 들어 정부가 ‘관피아’ 개혁을 밀어붙이며 행정부 개혁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입법부도 그에 상응하는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여야가 특권을 내려놓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물론 국회의원이 누리는 혜택이 줄어들면 엘리트들의 국회 진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국회의 전문성이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이미 국회의원들의 재선과 3선 비율은 각각 23.3%와 16.7%로 낮아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의회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회가 변화해야 할 구석이 매우 많다. 국회의원들이 진정 의회중심제로 가고 싶다면 자신들이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라는 확신을 시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강한 대통령과 정부를 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에는 우리 국회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국회가 시민들의 정치적 대리인으로서 기능하지 못할 때 그나마 기댈 곳은 대통령과 정부밖에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정치 엘리트들이 관료 엘리트들에 비해 공인 의식이 더 철저하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의회중심제로의 개헌은 당연한 귀결이 될 것이다. 공인(公人)이라는 호칭을 사건에 휘말린 연예인들보다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연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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